여자들은 화도 쉽게 내지 못한다. 조금 짜증만 내도 돌아오는 대답은 "너 그날이니?"이고, 혹 통상적으로 결혼할 나이가 됐음에도 미혼인 여자에게는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딱지가 붙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이란 그래서 더 무섭다.
그래도 이 정도의 편견은 그나마 애교로 봐줄 만하다. 하지만 실제 내 생활을 괴롭히는 건 피임에 대한 편견 혹은 오해다.
남자들이 죽도록 싫어하는 피임법인 콘돔. 피임 필수품으로 늘 구비를 해두는 편이지만 가끔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럼 사러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 귀찮음 때문인지 또 다시 콘돔 불필요론이 등장한다. 끈질기도록 '콘돔, 콘돔'을 외치다보면, 간혹 이런 질문이 되돌아온다. "혹시 애 지운 적 있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 콘돔 필요하다는 말이 어떻게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걸까.
할 수 없이 콘돔을 사들고와선 한다는 말이 "잠깐, 넣었다가만 빼면 안될까?" 사정만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안이한 생각. 또 입 아프게 이야기한다. "사정하지 않아도 그 전에 나오는 쿠퍼액에도 정자가 충분히 많이 들어있거든."
그렇게 콘돔을 사용하고, 사정까지 마친 뒤 또 다시 이어지는 신경전. 콘돔빼기다. 사정후에도 콘돔을 빼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하고, 사용한 걸 그대로 또 쓰려는 귀차니즘.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나마 콘돔이란 걸 사용해본 남자일 때 닥치는 상황이다. 콘돔이란 걸 아예 사용해보지 않은 남자라면, 콘돔 끼우는 방법까지 알려줘야 한다. 콘돔 유통기한 확인에서부터 콘돔 끝부분을 비틀어 공기를 뺀 뒤 발기가 충분히 됐을 때 채워야 한다는 것까지. 야동보면서 각종 체위는 잘도 배우지만 가장 기본적인 피임법은 도통 배우질 않았다.
이런 상황들을 원치 않는다면, 택할 수 있는 피임법은 먹는 피임약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임법 중에서는 성공률이 가장 높은 게 먹는 피임약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먹기만 하면 되는 간편성 때문에라도 각광 받는 피임법이기도 하다.
그 외 남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피임법들은 정말 수두룩하다.
생리기간에 하는 섹스는 문제없다?
정자의 생존기간은 3~4일, 그리고 의외로 규칙적인 생리를 하지 않는 여자들이 많다. 정확한 가임기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피임을 못했다면, 사후피임약 먹으면 된다?
사후피임약은 달랜다고 다 주는 게 아니다. 의사의 처방도 필요하고, 피임 못했을 때 매번 사먹기엔 가격 부담도 있다. 물론 실패확률도.
내 사정은 내가 조준한다. 질외 사정이라면 문제 없어?
정말 택도 없는 소리. 사정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라고 판단하는 순간, 이미 늦은 거다. 바로 그 뒤 행동하니까. 정말 초스피드였다고 해도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쿠퍼액(여자로 이야기하면 애액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에도 정자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한 완벽한 피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늘 피임을 해야한다. 피임에 무지한 남자들에게 이끌려다니지 말고, 콘돔을 챙기든, 먹는 피임약을 선택하든 내가 스스로 피임 방법을 정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안타깝게도, 언제라도 임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