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
물론 언론들이야 '도시철도노사 협상 극적 타결', '파업위기 가까스로 넘긴 도시철도' 등으로 보도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는 진실을 보지 못한 '수박 겉핥기식' 보도라 할 수 있다.
도시철도노조는 결국 힘에 밀려, 파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는 것은 그만큼 물러설 곳이 없다는 최후의 협상 카드이다. 그런데 이 카드가 조커가 아니라 아무런 쓸모 없는 패가 돼버린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차린다면 '파업'은 그 어떤 위협 요인도, 협상에 유리한 수단도 되지 못한다. 결국 더 큰 것을 잃기 전에 백기를 들거나, 잃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내던지는 수밖에 없다.
사실 도시철도노조는 이번 싸움에서 절대 물러서면 안되는 것이었다. 왜 싸움에 나섰는 지를 생각해보라. 도시철도공사는 '5678 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이라는 그럴 듯한 조직 개편안을 내놓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항이 2010년까지 10%의 인원을 감축(약 6920여명, 정년퇴직 등 자연퇴직, 자회사 설립, 희망퇴직 이라 밝히고 있다.)하겠다는 내용이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으나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로는 10%의 인원 감축을 절대 할 수 없다. 아마 대부분 자회사 설립과 희망 퇴직으로 인해 10% 감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가장 큰 적은 '고용 불안'이다. 연봉이나 복지는 둘째 문제인 것이고, 고용이 위협받으면 노동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이 또 고용 안정이다. 그런데 사측에서 내놓은 안은 바로 이 고용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시철도노조는 싸워야만 했다.
그런데 도시철도노사는 '극적 타결'을 했단다. 정말 극적 타결을 했을까?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근무시간 중 자유로운 조합활동 범위 축소' 이는 노조의 조합활동 시간을 앗아간 안이다. 또 가장 쟁점이었던 '5678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협의를 하기로 했다. 합의가 아닌 협의이다. 교섭 때마다 늘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합의는 말 그대로 노사가 뜻을 일치해야 나오는 것인데, 협의는 의논만 하면 된다. 의논만 하고, 사측 맘대로 하면 그것이 협의인 것이다.
물론 '본인 동의없이 강제 퇴출을 시행하지 않는다'라는 것에 대해선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것이 어디까지의 고용을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다.

출처 : 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
도시철도나 철도 등은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돼 그간의 노조법에서는 '직권중재'나 '긴급조정' 등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국제노동기구는 직권중재를 폐지하라는 권고를 여러 번 한 바 있다. 결국 노조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이 됐는데, 이것이 직권중재를 담은 기존 노조법에서 한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된 노조법에는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노사가 협정을 맺도록 돼 있다. 즉,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합법적인 파업을 하려면 노조와 사용자가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노동위에 신청해야 한다.
쉽게 얘기해서 서울지역 지하철 5, 6, 7, 8호선을 운행하고 있는 도시철도가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적인 업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70% 정도의 열차는 운행해야 한다는 식으로 그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노사가 여기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사측이 범위를 정해 노동위에 신청하고, 이후 노동위가 결정한 사항에 노사가 따라야 하는 것이 개정된 노조법의 내용이다. 노동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노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도시철도노사는 이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합의를 하지 못했고, 결국 도시철도공사가 승무원과 차량 관제업무의 필수유지 업무 운영 비율을 100%로 신청했다고 한다. 결국 사측의 입장은 열차 운행에 필요한 사람들은 죄다 파업에 참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신청을 받은 노동위가 내놓은 안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평일 지하철 운행수준을 보통 때와 비교해 79.8%유지하고, 일요일만 평상시 대비 최소 50% 수준을 유지하도록 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에는 평상시와 똑같이 정상운행을 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노동위의 안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 할지라도 파급효과가 없도록 하는 파업을 무기력화 시키는 내용인 것이다.
노동위의 이 안은 결국 노조를 수세로 몰았다. 언론이 좋아하는(사실 좋아하지도 않지만)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위가 내놓은 출근시간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정상 운행, 지하철 운행수준 평균의 79.8%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파업에 들어가봤자 파급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측과의 협상에서도 힘한번 쓰지 못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기에 파업을 접은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도시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많은 안타까움이 남는다.
도시철도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다른 것보다 노동위의 바로 이 '필수유지업무' 결정에 대해 싸웠어야 했다. 노조법 개정 이후, 필수유지업무를 설정한 최초의 사례가 아니었는가.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안이 나왔음에도 그에 맞서 싸우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파업이라는 것이 언론들이 이야기하는 '해마다 치르는 연례행사'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안다. 너무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바로 파업이니까.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노조의 파업권은 지켰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또 다른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2008/02/01 21:36
2008/02/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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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읽었습니다.
2008/02/07 01:00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2/07 16:38노동 에도 관심 많은지라 읽어봤어요.
2009/10/27 10:46어떤계기로 취재하고 작성 하신건지요?
간간히 업댓이 좀 있음 좋을거같아요 님께서 아직도 관심 있으시다면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행복하고 잼나게 살아가는데 방해되는 것들도..,
한 때 노동 전문 일간지에서 일했었습니다.
2009/10/27 11:04제가 맡았던 분야가 공공기업의 노조들이다 보니 이쪽에 대해선 그래도 좀 관심도 있고, 약간의 지식도 있는 거죠.
지하철이나 철도, 조종사노조, 화물연대 등을 주로 다뤘었거든요.
요즘은 노동 문제도 시시각각 변해서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