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멋진 하루

그리고../제주도 이야기 2009/09/03 23:28 Posted by 임지
오늘은 나만의 휴일. 아이팟터치와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종달리 해안으로 가는 길. 빙빙 도는 시외버스를 탔기에 언제 도착할 지는 미지수. 잠깐 밖으로 나가는 것 뿐인데 마음은 여행가는 듯한 기분이네요.(트위터)

동회선 일주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10분여를 달려 종달리 초등학교 앞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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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고, 학교 앞엔 돌하르방 2개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네모난 학교 대문이 아니라 돌하르방 대문을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루마인'.

종달 해안도로에 있다는 얘기만 듣고, 무작정 바닷가 쪽으로 걸었습니다. 바닷가가 있을 방향으로 걷다보면 바다도 나오고, 해안도로도 당연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30여분을 걸었습니다.

드디어 루마인이 보이더군요. 막 들어가려고 하니 문 앞에 쪽지 한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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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중이니 전화를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청소 중이라고 2시 30분부터 문을 연다고 하더군요. 제가 도착한 시간은 대략 1시 50분 쯤이었습니다.

짠 바다내음을 맡으며 도착한 카페 앞에 앉아 있습니다. 안이 아니라 밖. 지금 청소 중이라 30 분부터 문을 연다고 하네요. 제주의 바닷바람을 실컷 맞고 있습니다.(트위터)

바다 앞에서 바람을 맞고 있자니 제 머리는 어느새 산발이 돼가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만지는 데, 그 손가락 사이로 베어나오는 축축하면서도 묵직한 느낌, 아마 제주의 바닷바람을 느껴본 사람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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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리 해안가에 있는 카페 '루마인' 내부입니다. 루마인은 건축가와 미술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및 펜션이랍니다.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죠~^^(트위터)

이 곳에서 베이글과 커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독서를 했습니다.

사실 오늘 여행의 목적은 어젯밤에 사다놓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으면서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도 먹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카페를 나서 또 해안가를 따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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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라 바닥이 훤히 드러났던 바다에 다시 물이 밀려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바닷물 밀려오는 게 이렇게 훤히 보이는 건지 몰랐네요. 바람 때문인지 빠르게 밀려옵니다.(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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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정말 계속해서 밀려왔습니다. 그 해안가에 널린 한치. 한치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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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종달리 해안도로에 위치한 시흥 해녀의 집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해녀의 집'은 해녀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재료도 신선하고, 믿음이 가는 곳입니다.

시흥 해녀의 집에서는 '조개죽'을 팝니다. 다른 곳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메뉴인지라 전 전복죽 대신 조개죽을 택했습니다. 조개죽이라는 것이 이미지가 왠지 비릴 것 같아 걱정되긴 했지만 용기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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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으로 부침개와 톳, 미역, 김치, 깍두기, 무생채 등 다양한 반찬과 함께 '게튀김'이 나오더군요. 어린 게를 살짝 튀겨 양념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를 집어 씹어 먹으니 의외로 고소하고 좋았습니다.

드디어 나온 조개죽은 말갛더군요. 먹어보니 비리지도 않고, 조갯살이 들어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조개류를 좋아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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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해녀 삼촌에게 정류장을 물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여성 어른에게도 삼촌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사투리를 섞어 가며 설명을 해주셨는데, 다행히 알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시흥리 버스 정류장. 차가 없으니 낯선 마을 속을 구경할 수가 있습니다. 버스는 언제 올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트위터)

걷는다는 건 도로만으로 걷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러다보면 정해져 있지 않은 길도 걷게 마련입니다. 차를 타고 왔다면 걸어보지 않았을 곳을 걸으니 기분이 색다르더군요.

집 앞에 나와 있는 아저씨를 보며, 길을 지나던 아저씨가 안부를 묻고,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끌고가던 할아버지를 향해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마을 속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만나니 더 반가웠습니다.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꽤 멀었습니다. 일주도로는 섬의 외곽을 도는 것이라 상당히 길거든요.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는데도 날이 금방 어둑해졌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진 거죠. 시원한 가을이 오는 건 좋지만 해가 짧아지는 건 좀 쓸쓸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하늘을 밝혀준 건 둥근 보름달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일하는 평일, 나만의 '멋진 하루'는 밝은 보름달과 함께 저물어 갔습니다.

2009/09/03 23:28 2009/09/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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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섹시고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쿡... 아직 안 주무시고.. 웅. /

    오늘 하루 행복하고 좋았겠네요.

    게튀김이 많이 당기네요. 어렸을 적 친구들과 굴, 게 등을 잡아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구워 먹으며 실실대던 추억들이 떠오를 것 같은.. 웅.

    2009/09/03 23:44
    • 임지  수정/삭제

      이제 자려고요.

      자기 전에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게튀김도 맛나지만 게죽은 겡이죽은 더 맛있어요~

      2009/09/03 23:50
  2. 바람코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이제 쌓인 마일리지도 슬슬 풀어야 할때가 와서..올해 안엔 꼭 다시 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1월 달엔 갔었지만 업무차 어르신들 데리고 다니느라 뭘 봤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여행의 참맛은 이런 객수감? 같은거.. 나중에 가게 되면 좋은데 많이 알려주세요..ㅎㅎ (트윗으로도^^)

    2009/09/04 00:21
    • 임지  수정/삭제

      옙. 내일 아니 그러니까 오늘 제주도 2박3일 여행, 추천 코스를 올릴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그런데 트윗 아뒤가...?

      2009/09/04 00:28
  3. 비밀방문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9/09/04 02:05
    • 임지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댓글 남겨주신 거 처음보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종종 제주도 이야기 올리겠습니다. ^^

      2009/09/04 08:56
  4. 스톤콜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임지님. 예전부터 임지님의 팬이었습니다.(대략 1주일 전쯤부터?^^)
    임지님 블로그 놀러오면, 구경할게 너무 많아서 좋은것 같아요.
    특히 여행에 관한 글들이 제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종달리 초등학교가 참 마음에 드네요.
    제가 어렸을때 저런 초등학교에서 뛰어놀면서 자랄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바른 어른이 될수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임지님 포스팅 덕에 저도 임지님과 함께 같은것을 바라보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이곳저곳을 여행한것 같아요.

    이 댓글을 달고있는 지금 왠지 바닷가의 짠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많이 부탁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그럼 이만.

    2009/09/04 04:27
    • 임지  수정/삭제

      팬이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종달리 초등학교 뿐만이 아니라 제주에는 작지만 아담하고 예쁜 학교들이 많아요.

      예쁜 학교 만큼이나 아이들도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바른 어른'이라 우린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

      2009/09/04 08:58
  5. Non-Fixed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지, 너무나 부러울뿐이군요!! 기회가 되면.. 아내와 이 코스로 해서 한번 돌아야겠어요..ㅋ
    감사합니다~

    2009/09/04 09:12
    • 임지  수정/삭제

      이건 그냥 서너시간 정도면 돌 수 있는 코스입니다.

      오늘 중으로 2박 3일 추천 여행 코스 올릴 예정이니, 그걸 참고하세요~

      2009/09/04 11:13
    • Non-Fixed  수정/삭제

      예압!! 언능 올려주세요!! ㅋㅋ

      2009/09/04 11:31
  6. bluedaemon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하루를 보내셨군요.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ㅎㅎ
    부럽부럽~~

    2009/09/04 09:18
    • 임지  수정/삭제

      아, 매일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죠.

      저도 꿈꾸는 삶입니다. ㅜ.ㅜ

      2009/09/04 11:14
  7.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아침이입니다. 트위터에서 보고 찾아와봤어요. 정말 멋진 하루를 보내셨네요~!
    루마인 너무 멋지고, 한치 말리고 있는거 눈물나게 맛있어 보이네요..
    방금 밥 먹었는데 배가고픈...

    2009/09/04 09:28
    • 임지  수정/삭제

      트윗 아이디도 알려주시지 그러세요~ ^^

      2009/09/04 11:14
  8. Ritter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위터에서 보고, 또 여기까지 와서 보게 되네요..^^
    정말 멋진 하루.라 칭할만 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냥 부러워~만 날릴 것이 아니라
    저도 이런 근사한 시간을 만들 수 있어야겠단 생각입니다..

    현실적으로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부족한 생활을 하곤 있지만,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 여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만끽할 수 있을텐데 역시나 게으름이
    그런 노력을 막고 서있네요..

    저는 이런 말랑말랑한 감성을 가진 분들을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09/09/04 09:38
    • 임지  수정/삭제

      좋은 생각입니다.

      부러워만 하지 마시고, 실행해 옮기세요~ ^^

      2009/09/04 11:15
  9. noisexup  수정/삭제  댓글쓰기

    게튀김맛있겠다!!

    2009/09/04 10:29
  10. zzun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참 멋져요~ 특히 갯벌이랑 한치.
    블로그는 트위터 통해서 알게 됐는데 RSS로 잘 읽고 있습니다~

    2009/09/04 17:09
    • 임지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

      사진 잘 안나왔다고 한탄하고 있었는데, 칭찬을 들으니 더 열심히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

      앞으로도 자주 방문해주세요~

      2009/09/05 11:06
  11. 상큼한 김선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게튀김 먹어 본 기억이 없는데 ㅎ
    먹어보고 싶어요! ㅎㅎ

    삼촌 보다 삼춘이라고 많이 해요 ㅎㅎ
    다른 거라면서 설명 하시는 분 까지 있답니다 ㅎ

    2009/09/04 20:01
    • 임지  수정/삭제

      아 그런가요?

      삼춘도 사투리니까 ^^

      삼촌으로 쓰고 삼춘으로 읽죠~

      2009/09/05 11:06
  12. 문자쓰는데10분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리털 나고 한번도 제주를 가본적이 없기에... (촌놈!) 항상 볼때마다 좋다라고만 생각하지요.

    언제 저도 저희집 본불 때는날 사진이나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봐야겠네요.

    놀러가면 맛난거 사주시나요? ^^

    2009/09/05 15:09
    • 임지  수정/삭제

      제주도 놀러오세요~

      아, 놀러 오면 뭐 사달라는 분들이 많아서 그건 좀 고려를...^^

      2009/09/06 06:28
  13. 트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위터 보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잘 지내죠?! ㅎㅎ
    제주에서 거의 4년을 살았으면서도 올려주신 사진의 장소들은 전혀 모르는 곳이라는-_-;;

    2009/09/08 21:06
    • 임지  수정/삭제

      제주 놀러오실 때 가보세요~ ^^

      1일 째는 거의 다 제가 좋아하는 장소들만~

      2009/09/0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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